전체 글 (49)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셸 앙리의 생명 현상학 – ‘살아 있음’ 자체의 내면에서 철학 연구 1. 서론 – ‘살아 있음’을 현상학적으로 사유한다는 것현상학은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경험하고 인식하는지를 분석하는 철학적 방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현상학적 접근은 ‘의식에 나타나는 것’(즉, 지각과 인식의 구조)을 중심에 두어왔다. 이러한 전통적 관점에 대해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앙리(Michel Henry)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그는 물리적인 대상이 의식에 어떻게 드러나는가 보다는, 경험 자체가 가능하게 되는 내면의 삶, 즉 생명 그 자체를 어떻게 경험하는가를 묻는다.앙리는 후설의 현상학을 계승하면서도, 그 방식과 지향점을 과감히 바꾸었다. 그는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살아 있음이 우리에게 어떻게 체험되는지를 해명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생명 현상학(phenomenology .. 레비나스의 타자성과 윤리의 현상학– 철학은 존재보다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 1. 철학은 존재에서 윤리로 이동해야 한다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존재’의 문제를 중심에 놓고 사유해 왔다. 존재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세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등은 철학의 가장 오래된 질문들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의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는 이러한 전통에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존재에 대한 사유가 인간의 윤리적 관계를 소홀히 해왔다고 비판하면서, 철학의 출발점은 존재가 아니라 ‘타자’와의 만남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레비나스는 후설의 현상학적 방법과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철학을 존재 중심에서 타자 중심의 윤리 철학으로 전환한다. 후설이 '의식에 나타나는 현상'을 통해 본질에 도달하려 했던 것처럼, 레비나스도 타자가 우리 앞에 나.. 메를로퐁티의 신체현상학– 지각의 시작은 의식이 아니라 몸이다 1. 왜 신체를 다시 철학의 중심에 놓아야 하는가?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인간을 사유하는 존재, 다시 말해 ‘이성’ 또는 ‘의식’을 중심으로 한 존재로 다뤄왔다. 데카르트 이후 철학은 인간을 ‘생각하는 주체’, ‘정신’으로 이해했고, 신체는 단지 그 정신이 지닌 물리적 도구이거나, 혹은 정신에 종속된 수동적 매개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는 이 오래된 전통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각의 현상학(La Phénoménologie de la Perception, 1945)』에서 신체는 단지 정신의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고 이해하는 ‘의미의 장’이라고 선언했다.메를로퐁티에게 있어 신체는 세계를 지각하는 주체 그..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자유와 자의식의 현상학 1. 『존재와 무』의 문제의식: 존재란 무엇이며, 의식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존재와 무』는 장 폴 사르트르가 1943년에 발표한 대표작으로,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통합을 시도한 거대한 철학적 작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존재에 대한 하이데거의 문제의식을 계승하면서도, 의식의 구조와 자유의 문제를 보다 명확하게 분석하려 했다.책의 중심 질문은 이렇다. "존재란 무엇인가?", "무(néant)는 어떻게 존재 속에서 나타나는가?", 그리고 "의식은 어떻게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가?"사르트르는 철학의 핵심 과제가 ‘존재’를 파악하는 데 있다고 보았지만, 그것은 단지 외부 세계의 존재자들을 기술하는 작업이 아니라, 의식을 통해 존재가 어떻게 경험되고, 의미화되는지를 밝히는 작업이라고 이해했다. 즉, 그는 현상학의 .. 하이데거의 현상학: ‘존재’의 물음– 존재를 망각한 철학에 던지는 질문 1. 철학은 왜 ‘존재’를 물어야 하는가?철학은 오래전부터 존재에 대해 질문해 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이 오래된 질문이 진정으로 제대로 물어진 적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존재와 시간(Sein und Zeit, 1927)』이라는 대표작을 통해 서양 형이상학이 오랫동안 ‘존재자’에만 집중한 나머지, ‘존재 그 자체’에 대한 물음을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여기서 하이데거가 말하는 ‘존재자’란, 세상에 실재하는 모든 것, 즉 ‘있는 것들’을 의미한다. 반면 ‘존재’란, 존재자가 ‘있다’고 말해질 수 있게 하는 존재함의 방식 그 자체, 즉 존재자의 존재 조건이다.하이데거에게 철학의 과제는 존재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는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물.. 경험의 순수 구조로서의 ‘살아있는 현재(Living Present)’ 1. ‘지금’이라는 감각은 어떻게 가능한가?사람은 누구나 현재를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지금’이란 단어는 과연 어디까지를 의미할까? 지금 이 순간 손가락을 튕겼다면, 그 소리는 들리는 순간이 지나자마자 과거가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분명히 ‘지금 들리는 소리’, ‘현재의 경험’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경험에서 말하는 ‘현재’란 무엇일까?후설은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이 어떻게 시간 속에서 경험을 구성하는가를 탐구했다. 그는 단순한 시계 시간(clock time)이나 물리적 시간 대신, 의식 속에서 펼쳐지는 시간의 흐름, 즉 시간 의식(Temporal Consciousness)을 분석했다.이 분석의 핵심 개념이 바로 살아있는 현재(das lebendige Gegenwart / Living.. 선험적 환원과 지향적 환원의 차이 – 후설 현상학의 두 가지 핵심 방법을 구분하다 1. 현상학에서 환원이란 무엇인가?현상학에서 환원(Reduktion)이라는 말은 단순한 제거나 축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환원이란 경험의 표면 너머에 있는 ‘의식의 구조’를 분석하기 위해, 판단을 보류하고 본질에 집중하는 철학적 절차다. 에드문트 후설은 모든 철학적 탐구가 ‘지각된 세계’가 아니라, ‘의식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현대인의 일상 경험은 이미 수많은 전제, 문화적 규범, 과학적 신념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후설은 이런 경험 속에 숨어 있는 의식의 순수한 구조, 즉 현상 자체(die Sachen selbst)에 접근하기 위해 ‘판단 정지(Epoche)’와 ‘환원’이라는 방법을 사용했다.후설이 말하는 환원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층위로 나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지향.. 지각 경험에서의 현상학적 분석 방법 1. 현상학은 지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사람은 매일 눈으로 사물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손으로 사물의 감촉을 느낀다. 우리는 이러한 감각적 경험을 ‘지각(perception)’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현상학의 관점에서 지각은 단순히 외부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지각은 의식이 세계와 관계를 맺고 의미를 구성하는 방식 그 자체다.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은 철학이 외부 세계의 본질이나 객관적 사실을 설명하는 것보다 먼저, ‘의식에 나타나는 방식’ 자체를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가 사물을 볼 때, 단순히 눈앞의 형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동시에 지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예를 들어, 우리가 컵을 볼 때 단순히 원통형의 물..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