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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학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감정의 구조― 감정은 음악 속에서 어떻게 의식 속에 나타나는가?

1. 감정은 음악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듣는 자의 의식 속에서 구성된다

음악을 들을 때 우리는 종종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휩싸인다. 어떤 음악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을 불러오고, 어떤 음악은 평온함이나 설렘, 때로는 복잡한 그리움을 자극한다. 그런데 이 감정은 단순히 ‘음악에 담긴 것’을 받는 것일까? 현상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감정은 음악이라는 외부 자극에 의해 유발된 것이 아니라, 음악을 지각하고 의미화하는 ‘의식의 구조’ 안에서 구성된 경험이다. 에드문트 후설은 모든 의식은 ‘무엇인가를 지향한다’고 했는데, 음악 감상 역시 단순히 소리를 수동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를 의미 있는 전체로 구성하고, 그 안에 감정을 투사하며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행위다. 다시 말해, 음악은 정서적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청자의 의식이 음악을 통해 특정 감정 구조를 일으키도록 구성하는 장이다. 우리가 음악을 듣고 감정을 느끼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나의 의식과 감각, 기억과 의미 해석이 결합된 현상이다.

음악을 들으며 떠오른 감정의 구조― 감정은 음악 속에서 어떻게 의식 속에 나타나는가?

2. 음악은 시간 속에서 구성되는 감정의 흐름이다

현상학은 감정을 ‘순간적 반응’이 아니라, 시간성 안에서 이루어지는 의식의 구성 과정으로 본다. 후설의 시간 의식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지금’이라는 단절된 시간에 머물지 않고, 지나간 여운(retention), 지금의 감각(primal impression), 다가올 기대(protention)가 얽혀 구성된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시간의 예술이다. 소리는 흘러가고, 멜로디는 반복되며, 리듬은 구조를 만든다.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단지 한 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소리와 다음 소리를 연결하며, 전체적인 감정의 흐름을 구성하는 행위다. 이 흐름 속에서 감정도 시간상으로 확장된다. 처음엔 몰랐던 감정이 특정 프레이즈에서 고조되고, 반복되는 멜로디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며, 끝으로 갈수록 정리되지 않은 감정의 울림이 남는다. 이처럼 음악을 듣는 행위는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감정의 궤적을 의식이 따라가는 과정이며, 감정은 단지 반응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해석되고 구성되는 정동적 체험으로 작동한다.

3. 감정은 신체와 기억을 통해 구체화된다

메를로퐁티는 신체가 의식과 세계를 연결하는 매개라고 보았다. 감정도 마찬가지로, 단지 뇌에서 발생하는 반응이 아니라 신체적 지각, 감각, 운동성과 얽힌 총체적 경험이다. 음악을 들을 때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리듬에 따라 고개를 끄덕이거나, 손가락을 두드리거나, 심지어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이는 단지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 감정 자체가 신체 안에서 구체화되는 방식이다. 음악이 주는 감정은 때로 구체적인 기억을 불러온다. 오래전에 들었던 음악을 다시 들을 때, 우리는 과거의 장면, 냄새, 얼굴, 혹은 그 당시의 감정 상태를 떠올리기도 한다. 이는 음악이 감각과 기억이 얽힌 의식의 층위에 직접 작용하는 자극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감정은 음악을 통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신체와 기억 속에서 이미 준비되어 있다가 음악이라는 계기를 통해 의식 위로 구성되어 드러나는 것이다. 결국, 음악 감상의 감정은 내면의 세계, 감각의 흔적, 기억의 파편들이 하나의 형식으로 의식 안에서 연결되는 복합적인 현상 구조다.

4. 감정은 타자성과 자기 인식의 지점으로 작동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감정을 단순한 개인의 내부 경험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감정을 세계에 대한 태도, 타자에 대한 자기의 위치 인식으로 간주했다. 음악을 듣고 감정이 북받치는 순간, 우리는 단지 ‘기분이 좋거나 슬프다’는 것을 넘어서, 내가 어떤 존재이고, 지금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를 비추어보게 된다. 이는 음악이 감정을 일으키는 동시에, 나 자신을 감정 속에서 마주하게 만드는 경험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의 노래를 듣고 울컥하는 것은 단지 그 멜로디 때문이 아니라, 그 음악 안에서 내가 타자와 맺고 있는 관계의 방식, 내가 느끼는 상실과 기대의 구조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감정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향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자각하게 만드는 현상이다. 음악은 그 감정을 끄집어내는 하나의 거울이자 통로다. 그래서 음악을 듣고 눈물이 흐르는 순간, 우리는 단지 감동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금 어떤 정서적 구조 속에 있는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 감상은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며, 자기 이해와 존재 인식으로 이어지는 현상학적 체험의 장이 된다.

◇ 최종 정리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감정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청각 자극을 중심으로 구성된 의식의 구조적 체험이다. 우리는 음악 속에서 시간상으로 감정을 따라가고, 신체와 기억을 통해 그 감정을 구체화하며, 그 속에서 나와 세계, 타자와의 관계를 감정으로 표현하게 된다. 감정은 음악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나의 의식이 음악을 통해 스스로를 구성하는 현상이다. 음악 감상은 감정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드러나고 구성되고 이해되는’ 공간이다. 현상학은 이 감정 경험을 분석함으로써, 우리가 음악을 통해 무엇을 느끼는지, 왜 느끼는지, 그 느낌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