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상학

SNS 피드 탐색 행위의 현상학― 우리는 손가락으로 피드를 넘기며, 무의식의 감각을 살아낸다

1. SNS는 세계와 접속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지향성과 감각의 구조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스치며 피드를 넘기는 이 반복적인 행위는 단순한 정보 탐색이 아니다. 후설의 현상학에 따르면 모든 의식은 어떤 대상을 향해 지향하고 있으며, 우리는 피드를 볼 때 수많은 이미지, 글, 영상, 댓글 등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지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 지향성은 명시적인 목표를 지니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상 감정, 관심, 호기심, 비교, 기대 등 무수한 감각적 욕망의 조합으로 움직이는 방향성을 띠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명확한 목적 없이 피드를 넘기지만, 우리의 손가락은 멈추는 곳과 넘기는 곳을 끊임없이 선택하며, 의식은 이미 ‘흥미롭다’, ‘무관심하다’, ‘위협적이다’ 등의 초기적 의미 판단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탐색은 감각의 수용이 아니라, 의식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세계를 선택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며, 그 지향의 방향은 우리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SNS 피드는 정적인 텍스트나 고정된 이미지의 집합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사용자에게 의미를 구성하도록 요구하는 ‘유동하는 세계의 지각 장(場)’이다. 이 장 안에서 우리는 매 순간 판단하고, 멈추고, 넘기고, 감정 반응을 일으키며 살아 있는 감각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러므로 SNS 피드를 탐색하는 행위는 디지털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식이 세계에 닿는 방식을 반복적으로 실천하는 하나의 지향적 구조다.

SNS 피드 탐색 행위의 현상학― 우리는 손가락으로 피드를 넘기며, 무의식의 감각을 살아낸다

2. 피드는 몸을 통해 흐른다: 체화된 지각의 리듬

메를로퐁티는 지각은 머리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몸을 통해 경험된다고 말한다. SNS 피드 탐색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기의 사용은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 눈동자의 초점 조절, 상체의 기울기, 손의 압력, 터치의 리듬 등 온몸의 감각적 배열 속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은 화면을 스크롤할 때 단순히 시각 정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해 그 정보를 선택하고 리듬 화하며 탐색하는 체험을 한다. 특히 피드의 구성 방식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단방향 구조를 갖고 있어, 이 방향성은 몸의 자세와 시선, 손의 움직임에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게 만든다. 여기서 발생하는 감각은 단지 정보 습득의 도구가 아니라, 몸과 기계, 세계 사이의 관계적 감각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화면을 스크롤할 때 ‘지금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반복적 움직임을 수행하지만, 그 안에는 긴장과 이완, 선택과 배제, 반응과 무관심의 감각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손가락을 멈춘 그 순간, 우리는 단지 흥미로운 콘텐츠를 만난 것이 아니라, 몸이 그 감각에 반응했기 때문에 멈춘 것이다. 이처럼 SNS 탐색은 기계적 조작을 넘어서 감각의 리듬, 주의의 리듬, 몸의 흐름으로 체화된다. 따라서 피드를 탐색하는 우리는 화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화면 속의 감각적 세계와 ‘몸으로 연결된 존재’인 셈이다.

3. SNS 탐색은 시간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다

후설의 시간 의식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선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흐름 안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예기하는 방식으로 시간 구조를 형성한다. SNS 피드를 넘기며 살아가는 우리의 감각은 이 구조를 새롭게 재구성한다. 우리는 피드를 통해 과거의 이미지(예: 친구의 여행 사진), 현재의 사건(실시간 뉴스), 미래의 기대(쇼핑 광고, 자기 계발 글)를 하나의 화면 위에서 동시에 경험한다. 이 시간성은 연대기적 흐름이 아니라, 의식 안에서 동시적으로 겹친 시간의 층이다. 우리는 아침에 어제의 피드를 확인하고, 오후에는 한 달 전 친구의 게시글을 다시 찾아보며, 동시에 내일의 일정을 위해 정보를 검색한다. 이 모든 행위는 한 손의 터치 안에서 반복된다. SNS 탐색은 현실의 시계 시간과 무관한 의식적 시간의 흐름을 생성하며, 피드 안의 내용은 우리가 그 순간 어떤 시간의 층위에 감각을 열어두느냐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또한 피드를 탐색하는 동안 우리는 시간의 흐름 자체를 잊기도 한다. 몇 분만 보려던 피드가 한 시간이 넘어가는 경우가 바로 이 시간 의식의 왜곡 현상이다. 그것은 단순한 집중이 아니라, 시간이 감각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된 구조를 따른다는 뜻이다. SNS는 우리에게 ‘어제’와 ‘오늘’, ‘지금’과 ‘곧’을 넘나드는 감각의 무대이며, 피드를 넘기는 손끝은 그 무대를 오가는 시간 여행자의 손이기도 하다.

4. 피드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과 존재의 구성

하이데거는 인간이란 ‘세계 안에서 스스로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존재(Dasein)’라고 말한다. SNS 피드를 탐색하는 행위는 단순히 정보를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피드 속 콘텐츠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반응을 보이며, 어떤 글에 멈추는지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경험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동물 영상을 보며 위로를 받고, 어떤 이는 뉴스 헤드라인에 분노하고, 어떤 이는 타인의 일상을 보며 비교와 무력감을 느낀다. 이 모든 감각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고른 것이 아니며,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반사적으로 이루어지는 감정 반응이다. SNS는 단지 콘텐츠의 집합이 아니라, 나의 관심사, 취향, 감정 반응, 도덕 판단, 지적 태도 등이 드러나는 거울이 된다. 피드 탐색은 내 존재가 지금 어떤 세계와 접속되어 있는지를 드러내며, 그 세계에 대한 감정적 태도를 통해 ‘지금 이 순간의 나’가 구성된다. SNS를 보며 느끼는 감정은 외부 자극의 반응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실존적 표현이다. 하이데거식으로 말하면, 나는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함을 스스로 느끼고 구성하는 감각적 의식이다. SNS는 이 과정을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하게 하며, 피드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나를 만들고, 나를 덧칠하고, 나를 해석한다. SNS 피드를 넘기는 이 사소한 행위 속에서, 우리는 실은 세계와 나 사이의 존재 관계를 매 순간 다시 쓰고 있는 것이다.